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따뜻한 음식들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청국장은 겨울철의 대표적인 곰삭은 음식이다. 깊고 구수한 맛 속에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주던 사랑과 함께 형제자매와 나눴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다. 익을수록 더 진해지는 곰삭은 맛처럼, 그 음식은 우리의 마음을 깊이 어루만지고 위로해 준다. 오늘은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로 떠나, 그곳 어머니들이 차리는 곰삭은 밥상과 삶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맛도 인생도 곰삭아서 구수한 어머니의 밥상
삼척시 내미로리는 해발 1,300미터 두타산의 맑은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고장이다. 이곳의 밭작물 대부분은 콩 농사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서리를 맞고 노랗게 여문 콩들은 마을의 겨울을 준비하는 핵심 재료다. 콩은 찬 서리를 맞아야 알이 차고 품질이 좋아지는데, 그런 강인함은 내미로리 어머니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어머니들의 겨울맞이는 언제나 콩 수확과 함께 시작된다. 뒷산 밭에서 콩을 털고, 이를 삶아 메주를 쑤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전통이다. 찬바람이 불 때쯤이면 집집마다 메주를 쑤는 구수한 냄새가 마을을 가득 채운다. 삶은 콩을 발로 밟아 으깬 뒤, 직접 짠 삼베 보자기에 싸서 메주틀에 넣고 눌러 형태를 잡는다. 삼베 보자기는 단순한 천이 아니다. 그 속에는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밤새워 베틀을 돌리며 삼베를 짜던 어머니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겨울 내내 숙성 과정을 거치며 청국장으로, 된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에 위치한 토성집에서 곰삭은 청국장을 만나보세요!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봉황로 97
전화 : 033-574-8896
청국장은 내미로리 밥상의 중심이다. 이곳의 청국장 찌개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양미리를 함께 넣어 끓인다. 바닷가와 멀지 않은 삼척의 특성을 반영한 레시피다. 양미리 특유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청국장과 어우러져 깊고 진한 맛을 낸다. 여기에 곁들이는 가자미식해는 이 마을의 또 다른 별미다. 콩밥과 섞어 발효시킨 가자미식해는 예전에는 고기가 귀했던 시절,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하던 음식이다.
어머니의 곰삭은 밥상, 그 속에 담긴 사랑
내미로리 어머니들의 밥상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다. 그것은 자식을 키우기 위해 당신들의 시간을 삭히고, 삶의 고단함을 묵묵히 견뎌낸 어머니들의 마음이 담긴 정성과 같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들은 고작 몇 마리의 생선을 사기 위해 천 리 길을 오가며 산을 넘곤 했다. 값싼 생선이라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지친 몸을 이끌던 어머니들. 그런 고생 속에서도 자신이 자식들에게 다 해주지 못했다고 말하는 그들의 겸손함은 깊은 울림을 준다.
지금도 겨울이 다가오면 내미로리 어머니들은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자식들이 찾아와 어릴 적 맛을 떠올리며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힘들었던 일도 어느새 잊힌다. “엄마의 청국장은 정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이야”라는 자식들의 한마디에, 어머니들은 그제야 작은 보람을 느낀다.
곰삭은 맛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내미로리 어머니들의 곰삭은 음식은 단순히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을 향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고난을 이겨내 온 강인한 삶의 이야기다. 우리가 청국장 한 그릇을 마주하며 느끼는 그 깊은 맛은 단순히 재료와 조리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어머니의 땀과 추억, 가족을 위한 무한한 희생이 담겨 있다.
곰삭은 김장김치 - 한국인의 밥상, 김장김치, 삭힌 깻잎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