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매서운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어 옆구리를 시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반가운 풍경이 있다. 황토방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기, 오일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순간들. 이런 장면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 마음을 채워주는 겨울만의 특별한 이야기다.
겨울이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빨간 맛이 있다. 바로 경남 창녕 오일장에서 만날 수 있는 수구레국밥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 한쪽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국밥집이 있다.
수구레국밥은 과거 소의 부산물이 많았던 창녕에서 시작된 서민 음식이다. 원래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코기 사이에 붙어 있던 부위로, 한때는 버려지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에게는 고기 대신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음식이었다. 그저 궁핍했던 시절의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오히려 없어서 못 먹는 별미가 되었다.
경남 창녕오일장의 겨울철 빨간 맛, 수구레국밥을 확인하세요!!!
창녕 오일장에서 손수레에 천막을 하나 놓고 수구레국밥을 팔던 한 여인이 있다. 바로 이옥자 씨다. 그녀는 친정어머니의 뒤를 이어 국밥을 팔기 시작했고, 이제는 번듯한 가게까지 차려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장날이면 여전히 천막을 치고 솥을 걸어 수구레국밥을 만든다. 오랜 시간 국밥을 끓이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국밥 한 그릇으로 추억과 온기를 전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이옥자 씨의 뒤를 이어 아들 김광수 씨 부부도 국밥을 끓인다. 한때는 국밥 장사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머니가 혼자 국밥집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광수 씨의 아내가 먼저 나서서 남편에게 가게를 도와야 한다고 설득했고, 그렇게 가족이 함께 국밥을 끓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의 일이 되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건강도 회복되고, 온 가족이 함께 장사를 하면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수구레국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자, 오일장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는 소중한 맛이다. 국밥을 한술 뜨면 얼어붙었던 몸이 녹아내리고, 함께 둘러앉아 나누는 이야기에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더욱 생각나는 빨간 국물, 뜨끈한 수구레국밥 한 그릇이 주는 온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는 힘이 된다. 사람 사는 정이 가득한 창녕 오일장으로 떠나보자. 한 그릇의 국밥 속에서 오래된 이야기와 정겨운 미소, 그리고 겨울을 이겨낼 따뜻한 힘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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