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조미료, 소금. 우리는 언제부터 소금을 만들어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금은 우리 삶에 깊이 뿌리내린 필수적인 존재다. 삼국시대에는 이미 소금이 존재했고, 이는 공물로 바쳐질 만큼 귀했다. 조선시대에는 소금 생산을 국가가 직접 관리했을 정도로 귀중하게 여겨졌다. 살균과 지혈 효과로 민간요법에 활용되었고, 음식 저장에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좋은 음식도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 않으면 맛을 잃기 쉽다. 특히 겨울철, 한 꼬집의 소금이 주는 맛과 건강의 균형은 지혜로운 삶의 일부였다. 이러한 소금의 소중함을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지리산의 뽕소금 이야기는 한겨울의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지리산, 잊혀진 소금 길 위에 피어난 전통 ‘뽕소금’

지리산 깊은 산자락에는 전북, 전남, 경남을 잇는 오래된 소금 길이 존재했다. '염두고도(鹽豆古道)'라 불리던 이 길은 소금과 콩이 교환되던 주요 통로였다. 콩 농사를 짓던 지리산 사람들은 귀한 소금을 구하기 위해 백 리 길을 걸어 바다로 향했다. 이 소금 길의 역사는 잊혔지만, 그곳에서 다시 태어난 전통 소금이 있다. 바로 송형성 씨(63세)가 만드는 '뽕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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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소금은 과거 사찰 스님들과 산속 선인들이 사용하던 특별한 소금이다. 하지만 정확한 제조법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게 전부였다. 송 씨는 이 전통을 복원하겠다는 열정으로 도전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가마솥이 깨지고, 비싼 소금을 쓸데없이 버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많은 좌절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뽕소금을 복원해 냈다.
뽕소금의 핵심 재료는 꾸지뽕이다. 꾸지뽕은 당뇨와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진 약재로, '신선의 약나무'로 불릴 만큼 귀하게 여겨졌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기가 가장 바쁜 시점이다. 꾸지뽕을 수확해 말리고, 여기에 표고버섯, 상황버섯, 다시마 등 여러 약재를 넣어 진하게 우려낸 후, 천일염과 함께 볶아 뽕소금을 만든다. 완성된 뽕소금은 일반 소금보다 염도가 낮고, 감칠맛이 뛰어나 요리의 풍미를 한층 높인다.
전통을 잇는 음식과 추억의 시간
뽕소금을 만드는 날이면, 송 씨의 고향인 김해에서 친누이가 지리산을 찾아온다. 함께 만든 음식은 형제간의 추억을 되새기는 따뜻한 시간이다. 송 씨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종갓집 종부였던 어머니가 즐겨 만들던 훈제구이다. 어머니는 약초를 우린 물에 고기를 담가 간을 했지만, 지금은 뽕소금을 넉넉히 발라 항아리에서 숯불 연기로 훈제한다. 이와 함께 뽕나무 생과실로 만든 상큼한 겉절이는 훈제구이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며 소화를 돕는다.


뽕소금을 더한 육수에 끓인 백숙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지리산에서 방목한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은 건강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뽕소금의 깊고 은은한 감칠맛이 더해지면, 그 풍미는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녹이는 최고의 보양식이 된다.
송 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뽕소금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건강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시간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다. 그의 고집과 열정으로 재탄생한 지리산의 뽕소금은 단순히 소금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그것은 전통과 자연, 그리고 사람 간의 연결 고리를 이어주는 지리산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그리고 뽕소금
사라진 소금 길 위에서 다시 태어난 뽕소금은 송 씨의 노력과 열정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건강한 밥상을 위한 고집, 자연과 전통의 조화를 담은 뽕소금은 단순히 음식 재료를 넘어선 가치로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지리산의 고요한 품속에서 피어난 뽕소금의 이야기는 맛뿐만 아니라 잊혀진 길과 전통을 되살리는 사람의 이야기다. 당신의 겨울 밥상에 전통과 건강을 담은 뽕소금을 더해보는 건 어떨까? 지리산의 향기와 따뜻한 정이 가득 담긴 뽕소금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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