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시리게 하는 겨울, 함께 나눈 밥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기는 그 어떤 난로보다 따뜻합니다. 공동체 문화가 희미해진 오늘날,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식탁을 나누는 풍경조차 보기 힘들어진 현실에서 ‘혼밥’은 일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함께하는 밥상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겨울의 온기를 나누며, 공동체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깁니다.
전통의 손맛이 살아 숨 쉬는 조청 마을 -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충북 제천시 금성면, 곰바위 마을이라 불리는 한 산골 마을. 몇 안 되는 가구가 모여 사는 이 작은 마을 사람들은 추억 속 동창들이자 오랜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 같은 사이입니다. 농한기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12년 전부터 전통 방식으로 조청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마솥 온도 조절도 서툴렀고, 쌀만 축내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솥만 만져도 온도를 짐작하는 전문가들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솥에서 탄생한 조청은 무려 7가지. 무 조청, 칡 조청, 쌀 조청 등 다양하게 변주된 전통의 맛은 이미 명성을 얻었습니다.
조청을 만드는 날은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무 조청과 칡 조청. 조청 마을의 특별한 날,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아 재료 손질부터 불 지피기까지 한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칡 조청을 만들기 위해 전분을 내고, 그 전분으로 만든 부침개를 나누어 먹으며 허기도 달래고 추위도 잊습니다. 조청을 졸이는 작업은 8시간 넘게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웃음과 이야기가 오갑니다. “함께하니 힘든 줄도 몰라요,”라는 한 주민의 말처럼, 이들은 노동 속에서도 행복을 찾습니다.
마을의 겨울 별미, 정성이 담긴 밥상
조청 마을의 밥상은 그야말로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정성의 결정체입니다. 이날 음식을 담당한 정연택(71세) 씨와 유미준(68세) 씨는 제천 지역에서 즐겨 먹는 지칭개를 이용해 국을 끓였습니다. 지칭개는 억세고 쓴맛이 강하지만, 주민들은 오랜 경험으로 부드럽게 다듬어 콩가루를 입혀 깊은 맛을 냅니다.
이 마을에서 설탕은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조청을 음식에 활용해 천연 단맛을 더합니다. 닭볶음탕에는 무 조청, 표고버섯에는 쌀 조청을 사용해 감칠맛을 살립니다. 달달한 청국장, 고구마조밥까지 차려지면 이곳만의 특별한 밥상이 완성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둘러앉아 나누는 밥상에는 정성과 웃음이 가득합니다.
조청 마을의 하루는 단순한 농촌의 겨울 풍경이 아닙니다. 이는 잊혀 가는 공동체의 따뜻함을 되살리고, 함께 나누는 밥상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시간입니다. 조청을 만들며 나누는 대화와 웃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유대감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함께 먹는 밥이 진짜 밥이고, 함께 나누는 삶이 진짜 삶이다.”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처럼, 이들의 겨울은 온정으로 가득합니다. 각자의 손끝에서 빚어진 전통의 맛은 단순히 상품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됩니다.
함께하는 밥상의 의미
현대 사회에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이 자연스러워졌지만, 곰바위 마을 사람들은 ‘함께 먹는 밥’의 가치를 잊지 않습니다. 조청 마을의 밥상은 단순한 끼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둘러앉아 나누는 식사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올겨울, 곰바위 마을의 밥상을 통해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잊고 지냈던 사람 간의 정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함께 나누는 진정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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