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옛것의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무엇이든 빠르고 효율적인 현대사회의 중심에서 일부러 불편함을 택한 이들이 있다. 뜨겁게 달궈진 아랫목에 눌어붙은 장판처럼 오래된 추억과 정성을 담아내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그것이 바로 아날로그의 매력이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고, 때론 고되지만 뿌듯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채운 겨울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뜨거운 찻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전라남도 함평은 기름진 토양과 맑은 물로 오랜 시간 풍요로움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이곳 병풍산 자락의 산골 마을 끝자락에는 특별한 차를 만드는 한 사람이 있다. 김정석 씨, 그는 차밭을 일구며 대나무 향기를 담은 독특한 차를 만드는 데 온 정성을 쏟고 있다. 다른 차 농가들이 겨울이면 잠시 쉬어가는 동안, 김정석 씨의 차 농장은 오히려 겨울이 되면 바빠진다. 이곳에서 만드는 ‘죽통차’ 때문이다.
죽통차는 이름 그대로 대나무 통에 찻잎을 담아 만들어지는 차다. 대나무를 갓 베어내어 찻잎을 넣고 쪄낸 뒤, 숯불에 구워 건조시키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대나무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향과 성분을 찻잎에 깊숙이 스며들게 하여 죽통차만의 독특한 풍미를 완성시킨다. 특히 겨울철 차가운 공기는 대나무의 수분을 서서히 증발시키며 향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주는 최적의 환경이다.
대나무향기를 담은 독특한 차, 죽통차를 확인해 보세요!!!
김정석 씨의 작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그의 아내와 어머니까지 온 가족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전통 방식 그대로 정성을 쏟아낸다. 대나무를 고르고, 찻잎을 채우고, 불 조절을 섬세히 하며 구워내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과정이 ‘시간을 담는 일’이라고 믿는다. 김정석 씨는 “죽통차는 세월이 지나면서 더 깊고 풍부한 향을 내뿜습니다. 차를 만들 때마다 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단단해지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죽통차는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대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이 찻물에 녹아들어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 한 모금의 차에 담긴 깊은 풍미는 단순히 맛을 넘어서 마음의 여유를 선사한다. 차를 우리는 시간 동안 천천히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차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를 음미하며 느리게 흘러가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아날로그의 참된 매력이 아닐까.
뜨거운 찻물처럼 인생을 살고 싶다는 김정석 씨. 그의 겨울은 아날로그 감성이 전하는 소박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의 손과 정성으로 완성된 죽통차 한 잔에는 그가 추구하는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느리지만 따뜻하고, 불편하
지만 뿌듯한 시간의 가치.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잊고 지낸 삶의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함평의 겨울은 차갑지만 김정석 씨와 그의 가족이 만들어낸 죽통차의 따뜻한 향기로 가득하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물든 이곳의 겨울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가 되어준다. 이번 겨울, 대나무 향이 그윽한 죽통차 한 잔을 통해 아날로그의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잊고 지냈던 진정한 여유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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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우리는 아날로그로 간다~대관령 고로쇠 스키, 대관령의 별미 오삼불고기
추운 겨울이 되면 옛것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디지털의 편리함 속에서 오히려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대지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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