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끝자락,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고 새봄을 맞이할 힘을 채울 때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곧 다가올 따뜻한 계절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성 가득한 밥상을 차려본다. 한 그릇의 따뜻한 국물, 깊은 정성이 담긴 요리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온기를 더해준다. 오늘은 가족을 위해 특별한 건강 밥상을 준비한 세 가정을 만나본다.
흑염소 사랑꾼 아버지와 두 형제의 기운찬 밥상 – 충청남도 청양군

충청남도 청양군의 깊은 산골짜기, 매서운 겨울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노는 흑염소들이 있다. 이곳은 본래 젖소 농장이었으나 25년 전부터 흑염소를 방목하며 키우는 농장으로 변모했다. 최재용(68세) 씨가 처음 흑염소를 들여오면서 시작된 이 농장은 이제 그의 두 아들, 최주호(40세) 씨와 최승호(38세) 씨 형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흑염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흑염소 농장을 확인하세요!!!

흑염소는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흑염소 고기는 가마솥에서 푹 고아야 제맛이 난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흑염소 수육을 준비하기 위해 두 형제는 아침부터 솥단지를 걸고 정성을 쏟는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여러 번 손질한 뒤 한나절 이상 삶아내면 부드럽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살을 발라낸 뼈는 다시 고아 곰탕을 만들고, 얼큰한 전골로 끓여내면 추위도 단번에 녹아내린다.

사실 올해는 아버지가 예전처럼 거뜬하지 못한 탓에 두 아들이 더욱 앞장서고 있다. 얼마 전 눈길에 미끄러져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를 위해, 이번만큼은 두 형제가 손수 흑염소 요리를 준비했다. 그동안 아버지가 차려주던 건강 밥상, 이제는 자식들이 이어간다.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 담긴 아버지와 아들들의 정성, 그 따뜻한 밥상이 겨울의 끝자락을 훈훈하게 덥힌다.
건강을 잃은 아버지를 위한 딸의 힘찬 밥상 – 충청남도 보령군

충남 보령의 천북 마을, 겨울이면 이곳은 굴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동부터 10동까지 펼쳐진 대규모 굴 단지에서 올해 34세인 하정 씨는 최연소 상인으로 일하고 있다. 원래 도시에서 수질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그녀는 3년 전, 아버지 조행성(61세) 씨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건강 잃은 아버지를 위한 밥상을 차려내는 천북굴단지의 맛집을 확인하세요!

부모님의 굴 식당을 돕기 위해 돌아왔지만, 그녀의 역할은 단순한 일손 돕기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정성 가득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그녀의 또 다른 목표였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아버지가 가장 자주 찾는 음식이 바로 묵은지를 넣고 끓인 붕장어 찜이다. 해풍에 말려 쫄깃해진 붕장어와 깊게 숙성된 묵은지가 만나 별다른 양념 없이도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이 음식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위해 차리던 밥상에서 유래했다.

또 하나의 추억의 맛, 물김국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아버지는 꽁꽁 언 손으로 물김 양식을 돕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던 물김국 한 그릇으로 피로를 잊었다고 한다. 가끔 운 좋게 낙지가 한 마리 들어가면 보양식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한 그릇의 국이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위로했던 것처럼, 이제는 딸이 아버지를 위해 차리는 밥상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장 사위를 위한 트로트 가수 장모님의 건강 밥상 –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노래가 인생의 전부였던 김희숙(61세) 씨는 늦깎이 트로트 가수로서 정규 음반까지 냈지만, 5년 전 익산 성당포구 마을로 귀촌했다. 사위 윤태근(45세) 씨가 이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딸이 늦둥이를 출산하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희숙 씨의 새로운 즐거움은 사위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겨울철이면 사위가 직접 낚아오는 참붕어로 어죽을 끓인다. 참붕어는 기력 회복에 좋은 보양식으로 예로부터 사랑받아 왔다. 그녀만의 비법은 돼지 등뼈로 육수를 내 깊은 감칠맛을 더하는 것. 번거롭지만, 돼지 등뼈를 사용하면 민물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사라지고 국물의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사위가 만들어 주는 대나무 삼겹살 구이도 특별한 별미다. 직접 대나무를 잘라 소금만 뿌려 장작불에 구워내면, 대나무 진액이 스며들어 고기의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또 성당포구 마을의 별미 중 하나는 겨울바람에 말린 홍어 구이. 과거에는 집집마다 처마에 홍어를 걸어두곤 했는데, 지금도 겨울이면 이 별미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흑염소를 삶고, 붕장어를 찌고, 참붕어를 끓이며 가족을 위한 한 끼를 준비하는 손길. 그 속에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한 상 가득 차려진 건강 밥상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겨울 끝자락, 우리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건강 밥상을 차려보면 어떨까?
"국물이 끝내줘요" 맑아야 보이는 맛, 한국인의 밥상 - 진주 복 맑은탕, 김천의 동과 등뼈탕, 통영의 물메기 맑은탕
"국물이 끝내줘요" 맑아야 보이는 맛, 한국인의 밥상 - 진주 복 맑은탕, 김천의 동과 등뼈탕, 통영
겨울이 깊어가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을 녹이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특히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맑은탕은 단순한 한 그릇 음식이 아닌, 정성과 자연의 조화를 담아낸 예술이라 할
cji99.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