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사오랑 마을, 이곳에는 조금 특별한 집이 있다.
8천만 원이라는 예산으로 지어진 25평짜리 삼나무 집.
하지만 집의 크기를 묻는다면 건축주 부부는 망설임 없이 "450평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오는 걸까?
이 집의 주인은 공무원으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자칭 숲의 여신’ 이현주 씨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마당일을 도맡아 하는 ‘숲의 남신’ 최용주 씨 부부다.
이들은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겠다는 꿈을 안고 괴산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6천만 원이라는 예산으로 집을 짓겠다고 계획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이어지며 결국 8천만 원이 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마저도 부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파워포인트로 직접 설계한 삼나무 집
집을 짓기로 결심한 후, 부부는 설계비 견적을 받았다.
그런데 평수와 관계없이 설계비만 1천만 원이라는 말에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이현주 씨는 업무상 익숙했던 ‘파워포인트’로 직접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열정 덕분에 설계비를 아끼고 원하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25평 삼나무 집.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찾아왔다.
흰개미와의 전쟁, 그리고 또 다른 난관들
집을 완성한 기쁨도 잠시, 나무집에는 치명적인 불청객이 나타났다.
바로 흰개미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날벌레인 줄 알았지만, 곧 그것이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욕실 일부를 뜯어내고 전문가를 불러 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남향이면 무조건 좋을 거라 생각했던 부부는 마당 풍경도 보고 햇빛도 즐기기 위해 픽스창을 설치했다.
하지만 처마가 없어 강한 햇볕이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식탁 자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창의적인 선택을 했다.
450평 자연 속 다이닝룸, 그리고 진짜 ‘집’의 의미
집 안에서의 식사가 불편해지자, 부부는 450평 숲 속 한가운데 ‘지붕 없는 다이닝룸’을 만들었다.
밀밭과 감나무가 자연스러운 인테리어가 되어주는 특별한 공간.
그곳에는 단출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 두 개만 놓여 있다.
그러나 햇빛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에서 즐기는 식사는 그 어떤 레스토랑보다도 특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텃밭과 정원, 마당의 나무 그늘 아래 놓인 테이블, 심지어 숲 속 산책길까지도 부부는 집의 일부라 생각한다.
단순히 실내 공간만이 아니라,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공간 모두를 ‘우리 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연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
물론 숲에서의 삶이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결국 에어컨 두 대를 설치해야 했고, 편리함을 위해 머드룸도 만들었다.
자연을 꿈꾸며 왔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타협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450평의 자연을 허투루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도시에서는 을(乙)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여신과 남신이 된 부부.
이들이 살아가는 자연 친화적인 삶과 특별한 삼나무 집의 이야기를 <건축탐구 집>에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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