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과 금강산에서 시작된 맑은 물줄기는 산과 들을 지나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흐르고, 마침내 한강이라는 큰 강이 된다.
그렇게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까지 50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한강.
이 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스며든 터전이며, 기쁨과 슬픔, 희망과 아픔이 켜켜이 쌓인 역사의 공간이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이 개발되면서 강변 풍경도,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달라졌다.
높은 빌딩과 도로가 들어섰고, 강변을 따라 현대적인 공원이 조성되었다.
"강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변하고… 이제는 옛날의 한강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죠."
"그래도 한강을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 속에서, 변한 것도 많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그 강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들, 그리고 한강을 배경으로 쌓여온 맛의 기억들이다.
그중에서도 오랜 세월 한강을 곁에 두고 살아온 뚝섬 토박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뚝섬 토박이들의 한강, 그리고 잊혀가는 맛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과거 ‘뚝섬’ 혹은 ‘뚝도’라 불리던 이곳은 한때 배가 모여들고 사람들이 강을 따라 살아가던 강변 마을이었다.
뚝섬 토박이인 신동욱(69) 씨와 이은섭(68) 씨에게 한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이자, 때론 놀이터였고, 때론 삶의 터전이었다.
“예전에는 심심하면 강으로 뛰어나갔어요.
낚싯대를 던지면 붕어나 쏘가리가 툭툭 걸렸죠. 장어도 많았어요.”
지금이야 한강에서 그런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때 뚝섬 장어는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별미였다.
저녁이면 강변에 연탄불이 켜지고, 장어를 노릇노릇 구워내는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연탄불에 구운 장어 한 점이면 힘이 불끈 솟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맛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뚝섬이 한창 번성하던 시절, 이곳은 단순한 강변이 아니라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과 나루터가 있던 중심지였다.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히던 ‘뚝도시장’은 그야말로 장터의 전성기를 누렸다.
강남에서 배를 타고 건너와 장을 볼 만큼 규모도 컸고, 활기도 넘쳤다.
“그때는 새벽이면 일하러 나온 사람들이 국말이떡 한 그릇씩 먹고 시작했죠.”
국말이떡은 쫄깃한 떡을 따끈한 국물에 말아먹던 서민 음식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이만한 것이 없었다. 뚝섬에서 유명했던 또 하나의 별미는 ‘갈비’라 불리던 채소였다.
쇠고기 갈비가 아니라, 아삭한 식감과 진한 맛을 자랑하는 특별한 채소였는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풍미 덕분에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뚝섬의 풍경도, 그 시절의 음식도 많이 사라졌다.
시장의 활기는 옛이야기가 되었고, 장어를 구워 먹던 연탄불도 볼 수 없다. 국말이떡을 팔던 가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죠. 그래도 가끔 한강에 나오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요.”
뚝섬 토박이들에게 한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삶의 일부이자, 잊혀가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공간이다.
한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강이 품고 있는 기억과 맛의 흔적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늘 우리가 한강을 바라볼 때, 그곳에 담긴 지난날의 이야기들과 함께 사라져 가는 맛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흘러도, 그곳에는 여전히 쌓여가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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