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청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마을 어귀를 지키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든든한 수호신처럼 서 있는 곳.
오래된 촌집들이 정겨운 풍경을 이루는 이 마을에 유난히 눈에 띄는 집 한 채가 있다.
빨간 스페니쉬 기와, 우윳빛으로 뽀얀 벽, 그리고 싱그러운 파란 나무 대문.
언뜻 보면 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이곳은 환갑을 넘긴 이춘순 씨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을 진두지휘하며 지어낸 꿈의 집이다.
그런데, 건축 경험은커녕 ‘건’ 자도 몰랐던 춘순 씨가 어떻게 자신의 집을 직접 지을 수 있었을까?
공부는 나이와 상관없다, 집을 짓겠다는 일념 하나로
춘순 씨는 젊은 시절 남편 박태범 씨와 사랑을 꽃피웠던 이곳에서 소박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땅을 사고, 집짓기를 본격적으로 계획하게 됐다.
처음부터 집을 직접 지을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사는 집인데 최소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책을 보고, 건축 현장을 견학하며 알게 된 것은 예상과는 달랐다.
아무리 전문가를 고용해도 집을 가장 꼼꼼하게 챙길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집주인 자신 뿐이라는 것.
그 순간 춘순 씨는 결심했다.
‘그래, 내 집은 내가 직접 짓자!’
집을 둘러싼 치열한 부부 싸움, 그리고 타협
하지만 남편의 반대는 완강했다.
"집은 한 번 지으면 쉽게 고칠 수도 없는데,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좋지 않겠어?"
처음엔 설득이었지만, 갈수록 의견 차이는 커졌고 급기야 이혼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부부는 다퉜다.
하지만 춘순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직접 설계하고,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편이 원했던 넓은 집 대신 본인이 관리할 수 있는 20평 규모로 설계를 확정했다.
작은 평수지만,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춘순 씨는 아파트 30평대 거실 크기를 직접 측정해 거실을 최대한 넓게 배치하고, 방은 침대 하나가 딱 들어갈 정도로만 설계했다.
그런데 이 집엔 남들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방마다 방문이 없다는 것!
"아이들도 다 출가하고, 이제 우리 둘만 사는데 방문이 꼭 필요할까?"
춘순 씨는 방문이 없는 개방적인 구조를 원했고, 끝까지 문을 고집했던 남편과의 논쟁 끝에 결국 절충안을 찾았다.
문 대신 필요할 때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블라인드를 설치한 것.
“집은 조명이 중요하다” 메인 등 없이 설계한 이유
또 하나 독특한 점은 거실에 메인 조명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실 한가운데 화려한 메인 등을 설치하는 게 익숙한 방식이지만, 춘순 씨는 건축 공부를 하며 공간별 적절한 조명 배치와 간접조명의 효과를 깨닫게 되었다.
결국, 춘순 씨의 선택은 간접조명. "집의 분위기는 조명이 좌우한다"는 철학으로 거실에 메인 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공간마다 필요한 밝기로 조명을 배치했다.
70도 지붕 위에서의 사투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도 못 타는 춘순 씨가 지붕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여름 지붕 위에 올라간 일화는 주변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7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지붕 위에서 직접 작업을 진행하며 꼼꼼하게 배수로를 점검했다.
전문가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현장을 지켜보면서 부족한 점을 직접 보완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춘순 씨가 집을 짓기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집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없이 싸우고, 고민하고, 때로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집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벽돌을 쌓고 지붕을 올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과 철학을 담는 과정이다.
춘순 씨의 집은 작지만 실용적이고, 소박하지만 세련된 감각이 녹아 있다.
무엇보다, 집을 짓는 과정 자체가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하나의 이야기다.
이제 그녀는 이 집에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누린다.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바람이 살랑이는 마당에서 남편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춘순 씨와 남편은 노후를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집이야말로 진정한 '꿈의 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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