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의 한적한 마을, 오래된 방앗간의 문이 활짝 열리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겨 나온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들은 정성껏 키운 농산물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찾아와 기름을 짜고 떡을 맡긴다.
그런 풍경 속에서 유난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힘차게 기계를 돌리고, 정성껏 떡을 빚으며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청년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명주, 규성, 지영 삼남매다.
원래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6년 전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들은 주저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연이어 어머니까지 위암 판정을 받자 가정의 위기는 곧 방앗간의 위기였다.
가장 먼저 돌아온 사람은 첫째 명주 씨였다.
해외에서 카지노 딜러로 일하던 그녀는 부모님의 소식을 듣자마자 모든 걸 접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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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둘째 규성 씨와 막내 지영 씨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자연스럽게 방앗간으로 향했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삼남매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이곳을 지켜야 한다."
방앗간에서의 일은 녹록지 않았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땀을 흘리고, 무거운 쌀포대를 나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삼남매는 부모님에게 배우고 서로를 도우며 점차 전문가가 되어갔다.
그러나 그들이 단순히 부모님의 뒤를 잇는 것에 만족했다면, 오늘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삼남매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전통 방식으로 기름을 짜고 떡을 만드는 것은 물론, 온라인 판매를 도입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청양 방앗간의 맛을 알렸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주문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제는 해외 시장까지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방앗간의 주인인 김대열 씨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밤낮없이 기계 소리에 시달리며 몸을 혹사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삼남매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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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의 웃음소리, 삼남매의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한 방앗간에서 부부는 비로소 안심하고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삼남매가 힘든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기계를 돌리면서도,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스스로를 책망했다.
하지만 그들은 늘 서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방앗간을 물려받는다는 생각보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명주 씨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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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가업을 잇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삼남매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였다.
이제, 청양의 작은 방앗간은 단순한 기름집이 아니다.
부모님의 땀과 정성이 깃든 터전 위에 삼남매의 젊은 열정이 더해져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새로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부모님을 향한 사랑, 가족을 향한 책임, 그리고 용기 있게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삼남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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