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성실하게도 ‘한 끼’를 대합니다.
배고파서 먹는다는 말만으론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거나, 먼 길을 달려가거나, 기꺼이 손에 지도를 들고 길을 잃는 수고조차 마다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그만큼 한 끼의 힘이 크기 때문입니다.
속을 채우는 건 물론, 기분을 살리고, 삶의 리듬을 다시금 세워주는 게 바로 밥 한 끼 아니겠습니까.
그중에서도 오늘은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대구, 국수의 도시를 가다
“국수? 아무 데서나 먹어도 다 비슷하지 않나요?”
이 말이 얼마나 얕은 질문인지, 대구에 와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대구는 우리나라 국수 생산량 1위 도시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국내 최초의 국수 공장이 들어서며 ‘면의 도시’로 자리를 잡았죠.
그만큼 국수에 담긴 역사도 오래됐고, 자연스레 입맛 또한 예민하게 진화했습니다.
대구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서문시장.
조선시대부터 전국 3대 장터로 손꼽히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시장입니다.
그 안에 형성된 ‘국수 골목’은 말 그대로 국수의 향연입니다.
100미터 가까이 이어진 좁은 골목 양쪽으로 국숫집이 쭉 들어서 있는데, 어떤 집은 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잔치국수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넓고 노란 ‘누른 국수’를 멸치 육수에 말아주는데, 깔끔한 국물에 살짝 젖은 면발을 후루룩 삼키는 맛이 단순히 맛있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지나가는 시장 손님도, 물건 파는 상인도 빠르게 들러 한 그릇씩 비우고 가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 무엇보다 부담 없고 따뜻하다는 것.
그건 국수만이 가진 미덕입니다.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4대의 손맛
대구 시내에서 차로 50분 남짓 떨어진 마천산령 끝자락, 동곡리로 향합니다.
지형도 생김새도 마치 물 마시러 내려온 말처럼 생겼다는 산자락 아래 자리한 작은 마을인데, 이곳에 '국수 하나로 전국구가 된' 집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시골 국숫집입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밀가루와 국물 냄새가 섞인 독특한 향이 먼저 반깁니다.
사람들은 이곳 국수 맛을 “처음엔 심심한데, 먹을수록 빠져든다”고 말합니다.
국물은 사골처럼 뽀얗지만 무겁지 않고, 묘하게 깊고 순한 맛이 나죠.
그 비밀은 ‘면수’입니다.
4대째 이어오는 손국수의 진수를 확인하세요!!!
사골도 멸치도 아닌, 바로 면을 삶은 물이 육수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이는 오직 직접 반죽해 뽑은 면만이 낼 수 있는 맛이랍니다.
일반 밀가루면을 쓰면 탁하거나 텁텁하지만, 이곳은 수타면처럼 매일 반죽을 하고, 삶은 물로 국물을 우려내기 때문에 국수 그 자체의 맛이 응축돼 있는 느낌이 납니다.
그 국수를 만든 주인장은 어느덧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유행이 바뀌어도, 사람 입맛은 결국 진짜를 알아본다며 웃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국수는 국물이다, 그리고 시간이다
국수 한 그릇엔 국물만 담긴 게 아닙니다.
그 안엔 시간이 있고, 손의 온도가 있고, 기다림의 의미가 있습니다.
서문시장 국수 골목에서 후루룩 넘기던 국수도, 외진 골짜기에서 뽑아낸 손국수도 결국은 사람들의 정성과 꾸준함, 그리고 ‘진심’이 만든 음식입니다.
발품을 팔지 않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단순한 ‘맛집 탐방’을 넘어선 경험.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위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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