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한 끼 식사는 단순한 끼니 그 이상이다.
누군가는 맛집을 찾아 전국 팔도를 누비고, 누군가는 산 넘고 바다 건너, 낯선 길을 걸어가서라도 ‘진짜 한 끼’를 만나러 간다.

정성 들인 그 한 상 앞에서라면 수고로움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
이런 ‘발품 한 끼’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경남 통영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욕지도다.
그곳에서, 여행 작가 변종모 씨가 진짜 밥 한 끼를 찾아 길을 나섰다.
욕지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천삼백여 가구가 살아가는, 어업과 농업이 함께하는 섬.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바다 냄새 가득한 짭조름한 공기와, 소박하지만 야무진 섬사람들의 일상이다.
섬 여행의 시작은 ‘비렁길’이다.
‘벼랑’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유래된 이 길은, 예전에는 주민들이 바다 일을 마치고 오가던 생활의 통로였다.
지금은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되어,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길 따라 걸으면 출렁다리를 지나고, 해안 절벽 위로 부서지는 햇살과 너울지는 바다, 그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진다.
욕지도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바로 바다 한 상.

이 한 상을 위해서라면 배 시간을 맞추고, 섬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고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마을 어귀에 자리한 소박한 민박집 식당.
따로 간판도 없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소문이 괜히 난 게 아니구나’ 싶다.


상 위에는 갓 잡은 자연산 회가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제철 해산물로 만든 각종 반찬이 식욕을 자극한다.
보리굴비, 멍게무침, 전복장, 직접 담근 젓갈까지…
한 입, 한 입이 바다다.
섬에서 잡고, 섬에서 손질해낸 음식이니 그 신선도는 말할 것도 없다.
통영 욕지도의 바다 한 상을 확인하세요!!!
밥도 보통 밥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직접 기른 잡곡과 현미, 그리고 해조류가 들어간 밥이 은근한 향을 풍기며 입안에서 촉촉하게 퍼진다.
욕지도 한 상은 그저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마치 긴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빚어낸 ‘작품’ 같다.
주인장은 이런 상을 준비하기 위해 새벽같이 항구로 나가 생선을 고르고, 멸치로 국물을 끓이고, 갓 담근 김치를 꺼낸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손맛, 그리고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세월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이 밥 한 끼를 훌쩍 넘어선다.
식사를 마치고 민박집 마당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다 보면,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런 밥을 먹으러 올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된 일인가."
도시의 번잡한 식당과는 다르다.
예약 걱정도 없고, 줄을 설 필요도 없다. 대신 마음은 더 따뜻하고, 배는 더 든든해진다.

욕지도는 분명 쉽지 않은 길이다.
차를 타고, 배를 타고, 또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길 끝에 기다리는 이 한 끼의 가치는, 발품 이상의 보람을 안겨준다.
만약 요즘 삶에 지치고, 무언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욕지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어보시라.
바람과 바다, 그리고 밥 한 상이 그대의 마음을 포근히 안아줄 것이다.
한국기행~ 경산육국수 발품 팔아 만나는 푸근한 깊은 맛 '육국수'
한국기행~ 경산육국수 후루룩 국수 한 그릇 가성비 좋고 발품 팔아 만나는 푸근한 깊은 맛 '육국
한국인에게 밥이란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밥 먹었어요?”라는 안부 인사에 삶의 온기가 실리고, 맛있는 밥 한 끼가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된다.그만큼 한 끼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그래
cji99.tistory.com
한국기행~ 대구 동곡리 4대를 이어온 깊은 맛의 손국수 국숫집
한국기행~ 대구의 서문시장 멸치국수 동곡리 4대를 이어온 깊은 맛의 손국수 국숫집
우리는 참 성실하게도 ‘한 끼’를 대합니다.배고파서 먹는다는 말만으론 설명이 부족합니다.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거나, 먼 길을 달려가거나, 기꺼이 손에 지도를 들고 길을 잃는 수고조차 마
cji99.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