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아파트와 안정된 직장을 뒤로한 채, 여주 깊은 숲 속 마을로 삶의 무대를 옮긴 젊은 부부가 있다.
그들의 귀촌 생활은 단순한 ‘전원생활’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과감하게 도시를 떠났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그들은 그렇게 ‘불확실하지만 분명히 더 진짜 같은 삶’으로 들어섰다.

서울 강남 아파트에 입성하는 것이 꿈이었던 아내는, 결혼 후 남편과 캠핑을 다니며 도시 밖의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반대로 남편은 애초부터 도심의 삶이 내키지 않았다.
"왜 우리는 땅을 사는 게 아니라, 비싼 비용을 내고 땅 위에 잠시 머물며 사는 걸까?"

도시에서의 삶이 비용 대비 효율이 너무 낮다고 느낀 그는, 전원에서 더 ‘가성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두 사람은 직장을 과감히 내려놓고 귀촌을 선택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했기 때문이다.
부부가 집짓기를 위해 선택한 기준은 단호했다.

주택단지가 아닌, 뒷산이 국유림으로 이어지는 숲 속 마을이어야 했다.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 주변에 시야를 가릴 집이 없는 땅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땅은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부부는 지적도를 뒤져 원하는 위치의 땅 주인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갔다.
"그냥 땅 좀 팔아주세요" 하는 식이었다.

그 노력 끝에 결국 자신들만의 숲 속 터를 마련했고, 덕분에 집 뒤로 수천 평의 국유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환상적인 터를 얻게 되었다.
집도 철저히 가성비를 따랐다.
전문 건축가가 아닌, 남편이 설계 프로그램을 독학해 직접 도면을 그렸고, 부부의 생활 방식에 꼭 맞춘 구조를 고안했다.

흙먼지가 많은 전원생활에 맞춰 1층 전체를 ‘신발 신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구성했고, 요리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아내의 신장에 맞춘 키친 아일랜드도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
바닥 시공, 벽 마감, 심지어 도장까지 모든 과정을 부부가 손수 진행했다.
“너무 재밌어서 힘든 줄 몰랐어요.”
아내는 손목이 부러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벽을 바르고 있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말한다.

가성비를 위해 선택한 또 다른 전략은 2층을 먼저 완성하는 것이었다.
1층 공사를 천천히 부부가 직접 진행하는 동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손길로 완성한 2층 침실은 당장은 만족스러웠지만, 급하게 지은 탓인지 곰팡이와 결로 등 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부부는 이런 문제조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자는 고치면 되죠. 중요한 건 구조예요.”

남편이 직접 구상한 샤워실-세탁실-드레스룸을 한 줄로 배치한 동선은 실용성과 쾌적함 모두를 만족시키며, 집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특히 잠들기 어려워하는 아내를 위한 ‘암실 같은 침실’은 실용성과 배려가 녹아든 대표적 공간이다.
외부 빛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어, 깊은 숙면이 가능하다고 한다.
집 앞마당과 연결된 폴딩도어 덕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자연의 변화를 맞이하는 것도 이들만의 특권이다.
시간이 흐르며, 부부의 삶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남편은 집을 지으며 배운 목공 기술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내는 취미로 하던 라탄 공예가 강의로 이어지며 수입도 생겼다.
처음엔 딸의 귀촌을 반대했던 부모님조차 이제는 “이 집이 너무 좋아서 매달 오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귀촌을 말렸던 지인들까지도 하나둘씩 전원생활에 관심을 보이며 부부의 삶을 부러워한다.
이들은 말한다.
“도시에서는 늘 미래를 준비하며 살았지만, 이곳에서는 오늘을 살아가요.”
어쩌면 전원생활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진짜 필요한 것을 마주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부는 오늘도 숲이 감싸는 집에서, 자신들에게 꼭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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