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이 일렁이는 해안선 위, 바람 따라 파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말끔해진다.
경상북도 영덕군의 ‘블루로드’는 그저 걷기 위한 길이 아니다.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바위 절경이 펼쳐지는 이 길은, 고요한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숨결을 새롭게 다잡는 여정 그 자체다.
‘바닷길이 부른다’는 말처럼, 이 길을 걷다 보면 마치 어딘가로부터 부드럽게 끌려가는 기분이 든다.
그 끝에서 우리는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동네 한 바퀴> 321번째 여정이 바로 이곳, 영덕에서 펼쳐진다.
동심의 바다에 되돌아온 머구리 형제
영덕의 바다는 그저 풍경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 바다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두 남자가 있다.
머구리 형제, 김병식 씨와 박수준 씨.

‘머구리’란 바다에 직접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이들을 뜻한다.
지금은 그 수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고된 작업을 오롯이 감당하며 묵묵히 바다를 지켜온 이들이 있다.
김병식 씨는 한때 바다를 떠나 객지에서 여러 사업을 전전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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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발목까지 차오르는 파도 속에서 친구들과 소리치며 뛰놀던 기억, 조개껍질을 모아 바닷가에 성을 쌓던 그 시절의 향수가 그의 발길을 다시 고향으로 이끌었다.
돌아온 그는 곧장 어릴 적 바다를 함께 누비던 동네 동생 박수준 씨와 다시 손을 잡았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머구리 횟집’이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바다에서 시작된다.
병식 씨가 해산물을 따러 바다에 몸을 던지면, 수준 씨는 육지에서 산소 호스를 잡는다.
해저 몇 미터 아래에서 물질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호스를 통해 소통한다.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 온 이 작업은 이제 말이 필요 없는 호흡으로 바뀌었다.
손끝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상태를 알 수 있고, 바닷속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은 곧장 식탁 위로 올라온다.
수족관 속에서 방금 꺼낸 듯한 싱싱한 해산물은 이들의 손을 거쳐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손님들에게 전해진다.
▶ 머구리 형제의 횟집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확인하세요!
해삼, 전복, 멍게, 그리고 각종 조개류까지 - 한 점 한 점에서 바다의 내음과 머구리 형제의 땀이 스민다.
특히 단골들 사이에서는 병식 씨가 직접 따온 해삼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뒷맛이 압권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하지만 이들이 전하는 것은 단지 맛있는 음식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세월의 이야기가, 사람 냄새가 배어 있다.
“바다를 떠나 살아보니, 결국 내 자리는 이곳이더라.”
병식 씨의 말 속에는 고단했던 나날을 이겨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단단한 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나누는 수준 씨는 그렇게 말한다.
“이젠 형이 바다에 들어가 있으면, 호스를 잡은 내 손이 먼저 움직여요. 마음이 통해버린 거죠.”
영덕의 ‘블루로드’를 걷다 보면, 이런 사람들의 삶을 만나게 된다.

그냥 걷기만 해도 좋지만, 그 길 위에 깃든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새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깊어진다.
동해의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절벽 위, 파도에 닳아진 바위에 앉아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삶도 결국은 이런 파도 같지 않을까. 때로는 거세고 때로는 잔잔하지만, 결국은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나이를 먹을수록 문득 삶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묻게 된다.
그럴 때 이 ‘블루로드’와 머구리 형제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토록 찾고자 하는 삶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영덕의 바다는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고 깊다.
그리고 그 바다 너머에서 당신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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