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 이제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10분마다 한 명씩, 새로운 치매 환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거엔 암이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치매를 더 무섭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이 서서히 사라지는 경험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혼란과 고통 속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으로 이 병을 보고한 지 120여 년.
오랜 시간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치매 정복의 실마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연 2025년, 치매 치료와 연구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레카네맙, 국내 처방 시작… ‘치매 정복’의 신호탄?
최근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처방이 시작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은 기존의 치료제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의 원인 물질로 지목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제거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늦추는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억력 저하로 병원을 찾은 85세 김정숙(가명) 씨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후 이 약물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레카네맙의 실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腸) 건강이 치매와 연결된다?
치매는 단지 뇌의 문제일까요?
12년째 95세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백지선(66) 씨는 치매 증상이 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변비가 심해질 때마다 어머니의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겁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건강한 사람과 치매 환자 간에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무너지고,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든 환자일수록 증상이 심각했던 것이죠.
이처럼 장에 있는 미생물들이 어떻게 가장 먼 곳인 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지금 전 세계의 연구진이 이 질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내독소 이론, 장과 뇌의 연결고리를 밝히다
올해 5월, 세계 치매학회에서는 새로운 이론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가이 브라운 교수는 ‘내독소 이론’을 통해 장과 뇌의 연계를 설명합니다.
장내 특정 유해균에서 발생한 내독소가 혈류를 따라 이동하며, 뇌혈관 장벽을 손상시키고, 결과적으로 염증을 유발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뇌 중심 치매 접근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지만, 이미 과학적 근거도 속속 쌓이고 있습니다.
이 이론은 치매 예방과 치료의 실마리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제공하며, 의학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2,000명을 추적 관찰한 국내 치매 코호트 연구
치매 정복을 위한 또 다른 노력은 ‘광주 치매 코호트 연구’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대와 전남대, 광주치매예방관리센터 등이 참여한 이 연구는 국내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장기 관찰 프로젝트로, 60세 이상 고령자 2만 2천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해 오고 있습니다.
▷ 광주 치매 코호트 연구단의 활동 내용을 확인하세요!!!
이들은 매년 정기적인 검진과 생체 샘플 수집을 통해 치매의 진행 과정,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까지 폭넓게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APOE ε4 유전자처럼 치매 위험을 최대 12배까지 높이는 위험인자도 식별되고 있으며,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치매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조기 진단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더 이상 ‘증상이 나타나야 진단할 수 있는 병’이 아닌,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치매는 더 이상 불치의 병으로만 남아있지 않습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그 해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우리는 조금씩 치매의 실체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오는 5월 28일,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과 예방법, 그리고 혁신적인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치매 정복의 희망을 모색합니다.
지금까지의 ‘치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의 돌파구를 함께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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