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집이 가능할까?”
이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실험이 양평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미래적인 주택 한 채를 탄생시켰습니다.
한여름 땡볕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겨울에도 온기가 가득한 이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닙니다.
건축 기술과 디자인, 지속 가능성을 모두 실험한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실험주택입니다.
그 실험의 주체는, 세 번째 집을 짓게 된 건축주 부부였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실험주택
이 부부는 앞서 두 번의 집짓기 경험을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첫 번째 집에서는 단열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두 번째 집에서는 냉난방 시스템의 효율성과 불편함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집을 계획할 때는 단순한 거주 목적을 넘어서, 기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검증하는 ‘건축 실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험의 대상이 가족이 살아야 하는 실제 주택이라는 점이었죠. 처음엔 아내 역시 불안했다고 합니다. “설마 가족을 위한 집에 실험을 한다고?” 하지만 남편의 열정에 이끌려 어느새 함께 도면을 보고, 자재를 고르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몰두하게 되었다고 하니, 이 부부의 집은 결국 두 사람의 집요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집의 핵심은 단연 ‘복사 냉난방 시스템’입니다.
복사냉방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기밀성과 단열.
보통 복사냉난방은 콘크리트 골조에서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부부는 목조 전문가답게 목조 구조로 실현해 냈습니다. 열을 품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해 목구조의 약점을 보완했고, 틈 없는 기밀 시공을 통해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의 교류를 철저히 막았습니다.
게다가 이 집은 전기요금 걱정도 거의 없습니다.
대형 태양광 패널과 히트펌프를 설치해 난방, 냉방, 조명, 심지어 수영장 난방까지 자체 에너지로 해결됩니다. 일 년 전기요금이 ‘제로에 가깝다’는 말은 이 부부에겐 과장이 아닌 실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외관 디자인은 한 마디로 ‘국내에선 보기 드문 스타일’입니다.
남편은 예전 라스베이거스 여행 중 마주친 모던 목조주택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그런 스타일을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평지붕에 외장 마감도 콘크리트처럼 보이게 해 마치 ‘콘크리트 건축물’처럼 보이는 ‘착시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창문은 대부분이 큰 전면 창으로 설계되어 있어, 내부에서 바라보는 자연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내부 역시 실험이 이어집니다.
2층 복도 전체의 난간과 벽을 투명 유리로 마감한 구조는 국내 주택에서는 보기 드문 과감한 선택입니다. 아이들의 방과 안방 전면부에 유리를 적용해, 탁 트인 마을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시야의 개방감은 물론, 낮 시간 동안의 자연채광까지 고려한 디자인이죠.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주목할 만합니다.
각자 개인적인 다락방을 가지되, 필요 시 하나의 공동 다락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는 가족의 프라이버시와 소통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게 만들면서도, 여전히 가족 간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점은 부모로서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집의 ‘비밀 공간’이자 부부의 자랑은 지하에 숨겨진 수영장입니다.
평소엔 썬룸처럼 사용되는 공간의 바닥이 열리면, 그 아래 수영장이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히트펌프 덕분에 겨울에도 따뜻한 물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은 가족 모두의 쉼터이자 놀이공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너지 절감, 친환경 기술, 가족 간의 소통, 디자인의 감각까지 모두 담아낸 집이기에, 그 자체로 하나의 건축 철학이 응축된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예쁜 집을 넘어서, 가족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담은 집이란 점에서 더욱 특별하지요.
이 집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가요?”
편리함과 쾌적함, 기술과 감성,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
양평의 이 실험주택은 그 해답의 한 방향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만약 당신도 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또는 은퇴 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고 있다면, 잠시 양평의 이 집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양평의 이 실험주택처럼, 우리의 삶도 실험하고 또 조율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건축탐구 집~ 강원도 영월의 온통 새하얀 집, 비대칭의 날개를 펼친 미술관 같이 생긴 북유럽 감
산이 품고, 강이 감싸안는 강원도 영월.이 평온한 자연 속, 주변의 전형적인 시골집들과는 사뭇 다른,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집 한 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붕과 외벽 모두 순백의 빛으로 칠
cji99.tistory.com
건축탐구 집~ 집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중정이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의 '하늘을 품은 집'
건축탐구 집~ 집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중정이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의 '하늘을 품은 집'
물리적인 공간이 주는 따뜻한 위로는, 때로는 어떤 말보다 더 깊이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한 조용한 택지지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오늘
cji99.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