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을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습니다. 때로는 야생의 숲 속에서 마치 보물 찾기처럼 희귀한 식재료를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며, 그 자연의 선물이 주는 신비로움에 감탄하곤 합니다. 가을철 깊은 산속에서 발견되는 산삼이나 버섯이 그렇고, 나무 꼭대기에서 벌들이 정성스럽게 모아놓은 목청꿀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 자연 그대로의 산물은 말 그대로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이러한 자연의 선물들로 차린 특별한 밥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경의 한적하고 외딴 산골, 이른 아침 산을 지키는 약초 농부 정상옥 씨(56세)의 하루는 분주하게 시작됩니다. 가을이 가장 바쁜 계절이라는 그는 산속의 벌통을 살피고, 겨울을 대비해 장작을 마련하며 쉼 없이 움직입니다. 그렇게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산속에서 살아온 지 벌써 38년째. 정 씨는 매일 산에 오르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해발 900미터가 넘는 산에서 나무 깊숙이 숨겨진 귀한 목청을 채취하러 떠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맘때만 볼 수 있는 목청을 따기 위해 아내 김진아 씨(49세)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주먹밥까지 챙겨 산을 향합니다. 아내의 특제 주먹밥은 산을 오르며 고된 일을 이어가는 그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정상옥 씨가 목청을 채취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산 중턱까지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그 후로는 속이 비어 있는 참나무를 하나하나 찾아 벌들이 만든 벌통을 살펴야 합니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예사롭지 않은 나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날렵하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그의 모습은 전문가의 솜씨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마침내 나무 꼭대기에서 발견한 벌통 속의 목청을 보며 그는 “심 봤다” 대신 “꿀 봤다”라고 외칩니다. 그에게 목청은 산삼보다 더 귀한 보물과 같기 때문입니다.

토종벌 목청을 만나보세요!!!
목청을 채취해 산에서 내려온 그는 집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특별한 밥상을 차립니다. 매번 목청을 얻으면 꼭 해 먹는다는 ‘목청꿀 떡갈비’가 오늘의 주요 메뉴입니다. 정 씨의 아내 김진아 씨는 다진 고기에 향긋한 버섯과 함께 갓 채취한 목청꿀을 넣어 떡갈비 반죽을 만듭니다. 목청꿀은 고기 맛을 달콤하게 해 주고, 돼지비계를 약간 섞어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게 그녀만의 비법입니다. 숯불 석쇠에 구워지는 떡갈비는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육즙이 가득 차 있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습니다. 목청꿀로 만든 떡갈비의 깊은 맛은 일상의 피로를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떡갈비 외에도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능이버섯을 넣어 만든 닭볶음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간장으로 양념한 국물에 능이버섯의 깊은 향과 맛이 우러나고, 청양고추로 칼칼함을 더해 식욕을 돋우는 것이 그녀의 또 다른 비법입니다. 산에서만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보물, 섭산삼 요리도 함께 곁들입니다. 산 더덕으로 만들어진 섭산삼은 기력을 보충해 주고, 남편이 하루 종일 산을 오르며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는 특별한 보양식입니다.

이렇게 차려진 자연산 밥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도시의 편리한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성 들여 손수 채취한 목청꿀과 산나물이 더해진 밥상은 아내의 사랑과 자연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진정한 힐링 식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자연에서 얻는 밥상은 단순한 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하루하루 자연 속에서의 삶을 더 소중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로 건강과 행복을 찾고 지키는 부부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일상 속의 작은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산 깊숙이 숨어있는 자연의 보물을 찾고, 그것을 가족과 나누는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그들의 밥상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한국기행 - 가을 대물을 찾아서, 토종꿀, 호박토종꿀보양찜
찬 서리 내리는 가을 아침, 온 몸이 서늘한 기운에 한껏 민감해지는 계절입니다. 이때쯤이면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토종꿀을 찾아 일 년 내내 바삐 움직이는 한 사람, 바로 30년 경력의 벌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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