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이맘때면 입맛을 돋우는 매운맛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매운맛은 단순히 음식의 자극을 넘어, 입안 가득 퍼지는 강렬한 풍미와 땀을 부르게 하는 쾌감을 제공합니다. 이런 매운맛의 대표적인 주자로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아귀 요리’입니다.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은 아귀는 커다란 입과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바다의 괴물’로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는 그 거대한 입 때문에 아구(餓口)라는 이름으로 불렸죠. 한때는 생선이 너무 흔하고 처리하기 번거로워 그물에 걸리면 그냥 버려지기 일쑤였던 아귀.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귀한 몸으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귀 요리의 고향, 마산합포구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한국 아귀 요리의 본고장으로 유명합니다. 과거에는 아귀를 말려 찜으로 만들어 먹던 전통이 이어지며, 지금은 ‘아귀찜 골목’이 형성될 만큼 명성이 자자합니다. 이곳에서 2대째 아귀 유통을 이어오고 있는 강문구 씨는 “마산에서 아귀를 구하려면 내 손을 거치지 않고는 어렵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지금도 옥상에서 정성껏 아귀를 말려 ‘건아귀’라는 특산품을 만들어냅니다.
마산 아구찜거리 오동동의 60년 전통 아귀찜 찐 맛집을 만나보세요.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아구찜길 13 1-3
전화 : 055-26-3075
마산식 아귀 요리는 고춧가루와 양념장을 듬뿍 넣어 매콤하고 짭짤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쫄깃한 건아귀에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진 아귀찜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자부심이 담긴 별미라 할 수 있습니다.
아귀 요리의 새로운 메카, 부산 다대포항
마산에 이어 아귀로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지역은 부산의 다대포항입니다. 매일 새벽, 24척의 아귀 전문 어선들이 싱싱한 아귀를 잡아오면 항구는 활기가 넘칩니다. 상인들은 갓 잡아 올린 아귀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그날의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지역 곳곳의 식탁에 올라갑니다.
부산식 아귀요리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만나보세요!
주소 : 부산 남구 수영로 39번 길 29
전화 : 051-634-0592
부산식 아귀 요리는 마산식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싱싱한 생아귀를 활용해 만든 회, 탕, 조림 등 다양한 코스 요리는 부산만의 풍부한 해산물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특히 탕은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국물이 일품으로,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아귀’는 단순히 맛있는 생선을 넘어, 우리가 음식과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즐기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때 천대받던 생선이 지금은 한국 미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계절마다 떠오르는 음식에는 그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올 가을, 매콤한 아귀 요리로 입맛을 돋우고 싶다면, 마산의 아귀찜 골목이나 부산 다대포항의 코스 요리를 찾아가 보세요. 각 지역의 특색이 살아 있는 아귀 요리와 함께, 한국인의 정취와 가을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매운맛이 그리워지는 계절, 맛있는 식도락 여행은 이제 시작입니다!
작지만 꽉 찬 가을의 맛 - 섬진강 재첩, 가을배추, 한국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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