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다가오면 마음 한편에서 아련하게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정성껏 음식을 빚고,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마음을 나누던 시간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이제는 보기 어려워진 그런 정겨운 모습들을 되새겨보며, 여전히 전통을 지키며 설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가봅니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의 첫걸음을 전통의 숨결이 살아 있는 두 마을에서 시작해 보세요.
"액운아 물렀거라!" 도소주 이야기
먼저 전라북도 순창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순창은 예부터 발효의 도시로 알려져 왔고, 이곳에서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임숙주, 김수산나 부부가 있습니다. 설이 다가오면 이 부부는 특별한 전통주, 도소주를 준비하느라 더욱 분주해집니다.

7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여내는 액운을 물리치는 도소주를 체험하세요!!!
도소주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屠)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한다(蘇)’는 의미를 지닌 술로, 설 명절에 가족들이 함께 나누던 중요한 전통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술은 7가지 한약재를 넣고 푹 끓여내어 독특한 향과 맛을 자랑합니다. 끓이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모두 날아가기 때문에 도수가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마실 수 있죠.
임숙주 부부는 도소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약재를 하나하나 손수 고릅니다.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발품을 파는 일도 예사입니다. 한약재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작업실에서, 도소주가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소리는 부부에게 설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차례를 마친 뒤 가족들이 순서대로 한 잔씩 나눠 마시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도소주는 단순한 술을 넘어 하나의 상징입니다. 한 잔의 도소주를 마시며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믿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마음은 가족 간의 유대를 더욱 단단히 만들어줍니다.
"행복아 여기 붙어라!" 담양 전통 엿 이야기
이번에는 전라남도 담양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는 달콤함으로 설날의 복을 기원하는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액운을 막고 엿처럼 복이 쭉쭉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드는 전통 엿이 그것입니다.
담양에서 3대째 전통 엿을 이어오고 있는 최영례 씨는 새해가 다가오면 유난히 바빠집니다. 외증조모부터 친정어머니, 그리고 본인까지 이어져 온 가족의 전통이기 때문에 엿을 만드는 일에는 더욱 정성과 책임감이 담깁니다.

담양의 전통 엿을 확인하세요!!!
엿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불 앞에서 쉴 새 없이 끓어오르는 엿물을 저어주어야 하고, 적당한 온도가 되면 늘여서 모양을 만드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뜨거운 가마솥 옆에서 작업하는 시간은 고되지만, 최영례 씨는 가족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엿 만들기에는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친정어머니는 호랑이 선생님 같은 존재입니다. 힘들 때마다 나서주는 남편은 든든한 슈퍼맨이고, 아직은 서툰 수습생이지만 밝은 에너지를 더해주는 딸 역시 소중한 동료입니다. 가족의 사랑과 협력으로 탄생하는 쌀엿은 그래서 단순히 단맛을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엿을 만들며 함께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설 명절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가족의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엿을 받아 든 사람들의 미소를 보며 느끼는 보람이 최영례 씨와 가족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입니다.
전통이 전하는 설날의 의미
설은 단순히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 아닙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전통이 오롯이 담긴 날이죠. 순창에서 만난 도소주와 담양의 전통 엿은 각각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기원하는 특별한 상징으로 설날의 풍요로움을 더해줍니다.
이처럼 오래된 전통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손끝에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정성과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복을 나누는 따뜻한 풍경을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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