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땅에서, 손끝에서 먼저 옵니다.”
아직 바람이 차가운 3월의 끝자락, 전국의 봄은 천천히 꽃망울을 열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계절의 문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남도 땅, 전남 여수 돌산.
이곳 사람들에게 봄은 눈으로 먼저 오는 게 아니라, 밭에서 솟아나는 ‘갓’ 향기로 찾아온다.
돌산 사람들에게 봄은 곧 갓김치의 계절이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낸 돌산 갓은 3월과 4월,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톡 쏘는 향과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돌산 갓은 지금 이 계절, 그야말로 ‘봄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봄을 우리 식탁 위에 올리기 위해, 누군가는 매일같이 땀 흘리며 손끝의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남도 갓의 힘, 봄이 맛있어지는 이유
여수 돌산 갓이 특별한 이유는 여럿이다.
알칼리성 토양, 해풍, 그리고 남해의 따뜻한 해양성 기후.
자연이 만들어준 천혜의 조건은 갓에게 독특한 향과 맛을 선물했다.
특히 봄철에 수확한 갓은 겨우내 영양분을 품고 자라 더욱 부드럽고 연한데, 이맘때 담근 갓김치는 김치라기보다는 거의 별미요, 보약에 가깝다.
하지만 갓김치가 그저 ‘맛있는 김치’로 완성되기까지는, 누구도 모르게 흘리는 수많은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
갓을 심고 수확하는 농부의 손, 절이고 씻고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자의 손, 그 모든 손이 이 계절의 맛을 만들어낸다.
하루 1톤, 손끝으로 담아내는 계절의 향
여수의 어느 갓김치 작업장은 요즘 전쟁터다.
하루에도 1톤이 넘는 갓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터.
봄철이면 주문이 폭주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갓과의 사투’를 벌인다.
밭에서 갓을 베어 오면, 가장 먼저 소금물에 일정하게 절여야 한다.
문제는 그 양이다.
여수 돌산 갓김치 택배 주문
마치 바닷물처럼 커다란 통 안에 갓을 켜켜이 담고, 누름 판을 얹어 밤새도록 눌러야 비로소 숨이 죽는다.
절이는 시간은 꼬박 10시간.
이 시간은 갓 특유의 향을 유지하면서도 먹기 좋은 식감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절여진 갓은 이후 네 번에 걸쳐 세척된다.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이 작업은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갓 사이에 낀 흙, 상한 잎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하고, 뿌리 사이의 이물질까지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만 몇 시간이 족히 걸린다.
양념도 사람의 손맛, 기계가 할 수 없는 이유
갓김치의 양념은 여느 김치와는 또 다르다.
말린 고추, 다진 마늘, 멸치젓국, 찹쌀풀, 그리고 갓 특유의 향을 살리는 비법 재료들까지.
이 모든 재료를 버무려야 하지만, 중요한 건 ‘숙성’이다.
하루 정도 양념을 미리 재워두어야 맛이 살아나고, 향이 부드럽게 입에 감긴다.
다음 날이면 본격적으로 갓김치를 버무리는 시간.
숙련된 작업자들이 손에 비닐장갑 하나만 낀 채, 무게로 따질 수 없는 감각으로 갓과 양념을 어우른다.
갓의 줄기를 꺾어 가며 양념을 넣고, 고르게 묻어나도록 뒤집고 다시 다듬는 과정.
기계는 따라 할 수 없는 정성과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역시 봄에는 갓김치"의 의미를 확인하세요!!!
매콤한 양념을 하루 종일 만지다 보면, 작업자들은 눈물 콧물을 훔치기 일쑤다.
“화생방 훈련도 이보단 낫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
그래도 손을 멈추지 않는다.
맛있는 갓김치는 손맛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갓김치 한 접시, 그 안에 담긴 봄의 얼굴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갓김치 한 통,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 한 접시.
그 한 점을 입에 넣을 때, 누구는 톡 쏘는 맛에 감탄하고, 또 누구는 “역시 봄은 갓김치지”라며 추억을 꺼낸다. 하지만 그 뒷면엔 오늘도 하루 종일 땅을 일구고, 김치를 담그는 손길들이 있다.
누군가는 이 맛을 전국으로 보내고, 누군가는 제사상에 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먼 타국의 가족에게 택배로 부친다.
그렇게 갓김치는 봄의 맛이자, 그리움의 맛이고, 남도의 손맛이다.
봄은 꽃으로만 오는 게 아니다.
톡 쏘는 갓김치 한 점에도, 봄은 피어난다.
당신의 식탁 위 그 한 접시를 위해, 오늘도 여수 돌산에선 봄을 담그는 이들의 손길이 바쁘다.
극한직업 봄꽃들의 향연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튤립박람회 기간, 장소
“꽃이 피기 전, 먼저 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계절이 아니다.누군가 그 봄을 위해 손끝을 움직이고, 허리를 굽히고, 굵은 땀방울을 흘린 뒤에야 비로소 꽃이 피고,
cji99.tistory.com
극한 직업~ 봄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 섬진강 벚굴 전쟁이 시작된다, 자연이 선물하는 보물같은
매년 봄이 찾아오면 섬진강 하류에서는 특별한 전쟁이 벌어진다. 바로 벚굴을 채취하는 일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손바닥보다도 큰 벚굴을 캐내기 위해 잠수부들은 수심 10m가
cji99.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