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며 풍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안에 깃든 삶의 진정성만큼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옛 화가 정선이 붓끝에 담았던 자연은 이제 아파트와 도로, 시장으로 변했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깊고 따뜻합니다.

<동네 한 바퀴> 317번째 여정은 서울 강서구의 화곡동과 방화동으로 향합니다.
삭막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도심 한복판에서 서로를 기대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봄꽃 같은 인생들을 마주하는 시간이죠.
그 여정의 중심에, 화곡본동시장 근처 골목 한켠에서 고소한 냄새로 발길을 붙잡는 집이 있습니다.

장작불에 바삭하게 구워지는 통닭 한 마리가 그 골목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달구고 있는데요.
이곳은 30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작구이 통닭을 구워내고 있는 정병수 씨의 가게입니다.

화려한 간판도, 번쩍이는 인테리어도 없는 작은 가게지만, 병수 씨의 정성과 꾸준함 덕분에 단골손님들은 세월을 따라 함께 늙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 맛에 반해 찾던 손님들이 이제는 자식의 손을 잡고 다시 가게를 찾습니다.
장작불 위에서 바삭하게 구워진 통닭을 확인하세요!!!
장작불 위에서 기름기 빠진 통닭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 이 맛이지" 하고 중얼이는 그 한마디가, 병수 씨에겐 최고의 보상이죠.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 장작불 앞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를 지키다 보니, 병수 씨는 결국 대상포진으로 청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었고, 나머지 한쪽도 점점 잘 들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매일같이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고기를 굽고, 장작불을 살피고, 손님을 맞으며 하루를 버텼죠.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는 바로 그의 딸, 정혜인 씨였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돼 어느 날부터 가게에 나와 아버지 곁을 지키기 시작한 그녀는, 지금은 아버지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곡동 장작구이 통닭집을 확인하세요!!!
익숙하지 않은 주방일에 손발이 맞지 않아 다툴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으며 다시 장작불 앞에 나섭니다.

그 불은 단순히 통닭을 굽는 불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삶을 지탱해온 불이며, 딸과의 애틋한 유대를 이어주는 불이자, 손님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시절의 맛'을 되살리는 불입니다.
그래서 화곡동의 이 작은 장작구이 통닭집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누군가에겐 가족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인생의 한 장면이 머무는 장소입니다.
한쪽 청력마저 잃고도 매일같이 장작불 앞에 선 아버지,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딸.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어떤 가치를 말해줍니다.
손으로, 마음으로 지켜낸 음식의 맛.
그 속엔 단순한 ‘맛집’을 넘어선, 사람 냄새나는 진짜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 골목은 따뜻하고, 장작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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