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최북단,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접경 지역이자 한탄강과 임진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연천.
웅장한 자연의 곡선이 만들어낸 이 고요한 땅은 마치 시간을 붙잡아 두기라도 한 듯 고즈넉하다.
전통의 소리를 잇는 이명식 악기장
화려하진 않지만 절로 발걸음을 늦추게 하는 곳.
그곳에, 오직 ‘소리’ 하나에 평생을 걸어온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연천의 바람을 닮았고, 이곳의 강처럼 묵직하게 흐른다. 바로 현악기 제작의 장인, 이명식 악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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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식 씨가 처음 전통악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열여덟 살, 사물놀이를 배우던 무렵이었다.
어쩌다 현악기 제작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평생을 이 길에 바치게 될 줄은 몰랐다.
단순 조립 업무로 시작한 작업이었고, 수작업이 번거롭게 느껴질 만큼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에 닿는 나뭇결과 망치 소리, 나무속을 울리는 미세한 진동들이 점점 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악기의 길로 들어섰고,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길이 결코 화려하거나 곧은 길은 아니었다.
그는 15년 동안 부속품만 만들었다.
줄을 감는 나사 하나, 현을 고정하는 작은 핀 하나까지 오로지 그 ‘작은 것’만을 다뤘다.
누군가는 쉽게 지나쳤을 ‘보조 부품’이라는 세계에서, 그는 인내를 배웠고 기술을 갈고닦았다.
소리 없는 세월 속에서 차곡차곡 내공을 쌓은 것이다.
누가 봐도 느린 길이었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몸통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죠. 악기의 생명은 그 안에 있는 소리니까요."
그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딘 끝에, 드디어 ‘소리’를 결정짓는 몸통 제작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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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이명식 씨의 인생은 또 한 번 달라졌다.
그는 전국의 산과 들을 헤매기 시작했다.
좋은 소리를 내는 나무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중요한 건 '소리'였다.
눈에 보이는 무늬나 결이 아니라, 귀에 들리지 않는 떨림,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동이었다.
좋은 소리는 결코 공장에서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자연의 시간을 거친 나무만이 제 소리를 품는다.
이명식 씨는 직접 나무를 베어오고, 햇빛과 바람,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말린다. 길게는 수년.
서두르지 않는다.
모든 과정이 온전히 자연스럽게 이뤄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 다음엔 대패질이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이 작업은 온몸을 소모하는 일이다.
그는 보통 사람의 두세 배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 악기를 만든다.
가야금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최소 3년, 길게는 8년이 걸린다.
그 세월 동안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에 대패를 쥐고 나무와 마주 앉는다.
그것이 장인의 시간이다.
"좋은 악기는 만들기까지 시간도, 마음도 오래 걸려요. 거짓이 들어가면 결국 소리가 답을 해줍니다."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웃었다.
그가 만든 가야금과 해금은 이제 몸값이 천만 원을 오간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찾아야 한다며 오늘도 작업실의 문을 열고 나무 앞에 앉는다.
그의 손에는 굳은살이 가득하고, 눈은 늘 나무의 결을 좇는다.
수십 년간 같은 일을 반복했지만, 그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만든 악기를 누군가가 연주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볼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이명식 악기장의 작업실은 연천의 한적한 마을 안에 있다.
화려한 간판도, 기계화된 설비도 없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무 냄새, 옻칠 냄새, 그리고 미세한 진동들이 공기를 채운다.
이명식 씨는 그곳에서 오늘도 나무와 대화를 나눈다.
서두르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고, 오직 ‘소리’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채로.
그의 삶은 결국 한 줄기 선율과도 같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흐트러짐 없이 조심스럽게 이어지는 그 선율.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삶을 ‘장인의 삶’이라 부른다.
이명식 악기장이 들려주는 인생의 소리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장 듣고 싶었던 ‘진짜 소리’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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