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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고향집과 꼭 닮은 83년 된 한옥 고택 이야기

재빠른 달팽이 2025. 5. 1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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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영암. 월출산 자락 아래, 푸근하고도 정겨운 남도의 시골 마을.

그곳에 특이한 모양의 한옥 한 채가 있다.

남부지방에 흔한 일자형이 아니라, 중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디귿(ㄷ)’자 구조의 한옥이다.

이 마을에서 유일한 구조다.

83년된한옥고택-건축탐구집
83년 된 한옥고택 - 건축탐구 집

고택의 주인은 은퇴 후 이곳에 터를 잡은 부부, 홍재열(70)·안은옥(67) 씨다.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살다가, 삶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자신들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집을 찾았다.

“제가 어릴 적 살던 고향집이 꼭 이렇게 생겼어요.”
남편 재열 씨의 말처럼, 이 집은 실은 그의 마음속 고향을 닮았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강진의 집은 이미 오래전에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사라졌다.

그 상실감은 커서,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83년된한옥고택을구입한주인부부-건축탐구집
83년 된 한옥고택을 구입해 고친 주인 부부 - 건축탐구 집

‘내 기억 속 고향집과 닮은 집을 찾아 다시 살리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2년 동안 전라도 곳곳을 발품 팔며 백 채가 넘는 한옥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집이 바로 이곳, 영암의 디귿자 한옥이다.

집을 처음 본 날, 이미 마음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디귿자 구조, 깊은 처마 아래 마당을 감싸안는 동선, 단정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머금은 벽과 기둥들.

하나하나가 어린 시절 추억의 파편을 되살리는 데 충분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마쳤다.

83년된한옥고택을고친주인부부-건축탐구집
83년 된 한옥고택을 고친 주인부부 - 건축탐구 집

마치 오랜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것처럼.

집은 1942년, 임오년 정월에 지어진 것으로 상량문에 기록돼 있다.

물론, ‘임오년’은 임오군란이 있었던 1882년과 겹치지만, 이 집은 60년 후인 1942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집은 원래 일자형 한옥이었다.

83년된한옥고택을고친주인부부-건축탐구집
83년 된 한옥고택을 고친 주인부부 - 건축탐구 집

그러나 세월을 지나며 중간에 사랑채 하나를 붙이면서 디귿자 구조가 완성됐다.

특별한 설계는 없었다.

삶이 쌓이고, 세월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변형된 구조다.

그러나 부부는 그 디귿자 형태가야말로 이 집의 운명이라 여겼다.

마당을 감싸며 바람을 막고, 볕을 안으로 들이며 사람을 품는 구조.

83년된한옥고택을고친주인부부-건축탐구집
83년 된 한옥고택을 고친 주인부부 - 건축탐구 집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공간감이다.

“마당에 나서면, 집이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 들어요.”
아내 은옥 씨의 말이다.

그녀 역시 보성의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아궁이 불을 때던 기억, 새벽 안개 속에 젖은 마루, 부엌 천장에 매달린 마른 고추의 냄새까지.

한옥은 단지 집이 아니라 그녀의 유년이 머문 시간의 그릇이다.

83년된한옥고택을고친주인부부-건축탐구집
83년 된 한옥고택을 고친 주인부부 - 건축탐구 집

그래서 이 집을 수리하면서도 둘은 ‘기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요즘 식의 한옥 리모델링처럼 새 목재를 쓰거나, 전통을 흉내만 내는 인테리어는 배제했다.

비뚤어진 문짝도 고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삐걱거림에서 삶의 깊이를 느꼈다.

창호지의 들뜸은 조심스레 눌러 다시 붙였고, 세월이 켜켜이 낀 살강 문짝은 샌딩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전 주인이 남긴 찬장, 사기그릇 하나까지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부엌의 중심에 놓아두고, 매일 사용했다. 단열은 다소 부족했지만, 벽에 두꺼운 단열재를 덧대는 대신, 보일러를 살짝 보완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주인부부가직접쌓아만든담장-건축탐구집
주인부부가 직접 쌓아 만든 담장 - 건축탐구 집

한옥이 가진 온기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고집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폐기와 1,000여 장을 직접 쌓아 만든 담장이다.

손으로 하나하나 흙을 바르고, 삐뚤빼뚤한 곡선을 살렸다.

바람을 막으면서도 집 안에 닿는 햇살의 각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담의 높이도 일정하지 않게 조절했다.

주인부부가직접쌓아만든담장-건축탐구집
주인부부가 직접 쌓아 만든 담장 - 건축탐구 집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쌓았기에 가능한 담장이죠.”라고 재열 씨는 말한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지나가며 어릴 적 소리를 데려온다.

달그락거리는 바람, 처마 밑에서 우는 참새, 부엌에서 은옥 씨가 젓가락질하는 소리.

이 집은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지어가는 새로운 고향이 되었다.

 

 

 

 

그들의 시간은 이제 시계가 아닌 햇살로 흐른다.

아침 볕이 안방에 닿으면 하루가 시작되고, 마당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저녁을 준비한다.

비록 도시에선 버릴 법한 낡은 공간일지라도,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집이다.

주인부부의세상에서가장귀한집-건축탐구집
주인부부의 세상에서 가장 귀한 집 - 건축탐구 집

“우리 생의 마지막까지, 이 집에서 보내고 싶어요.”
그 말은 단지 오래 살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잃어버린 고향을 다시 찾아, 그 위에 새로 쌓은 시간.
이 집은 그들에게 단 하나뿐인 고향이고, 살아 있는 가족의 역사다.

83년 된 영암의 디귿자 한옥은, 단지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한 부부가 잃었던 것을 다시 되찾고, 지켜낸 이야기 그 자체다.
시간을 품고, 마음을 지은 집.
이 집이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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