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바람 고운 오월의 섬진강.

봄볕이 강물 위에 반사되며 반짝이고, 산과 들이 연둣빛을 더해가며 절정을 향해 가는 이 계절, 그곳엔 유난히 바쁜 한 남자가 있다.
어깨에 커다란 특수 제작 그물을 메고, 새벽부터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는 사내.
그의 이름은 최기술, 올해로 35년째 섬진강과 함께 살아온 진짜 강사람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일개미도 쉬어야 한다”며 혀를 차지만, 정작 기술 씨는 쉰다는 개념이 없다.
오히려 오늘도 아침을 넘기기 전부터 뚝딱뚝딱 도구를 챙기고, 낡은 고무장화를 신은 채 그물 하나로 강 한복판에 서 있다.
그의 눈엔 여전히 섬진강이 신기하고, 다슬기는 매일 새롭다.
“이맘때가 가장 기다려져요. 물살이 조금씩 따뜻해질 때, 다슬기가 통통하게 올라오거든요.”
강가 바위 틈에 숨어 살던 다슬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봄.


바로 그때가 기술 씨의 ‘곳간’이 열리는 시기다.
누군가에겐 그저 작은 민물고둥이겠지만, 그에겐 지난 세월을 버텨온 삶의 기둥이자 가장 든든한 양식이다.
다슬기를 삶아 국을 끓이고, 무쳐 밥에 얹고, 전으로 부치면 봄 한철 밥상이 따로 없다.
잡는 재미도, 먹는 맛도, 사는 보람도 모두 이 다슬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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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일이 녹록하진 않다.
다슬기 잡이는 단순히 강에 나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수심, 물살, 햇살 각도까지 읽어야 한다.

오랜 경험이 없으면 쓸모없는 흙만 퍼오게 마련이다.
그는 직접 고안한 넓은 특수 그물을 들고, 강바닥을 훑는다.
몸을 구부리고 물속을 더듬는 자세로 몇 시간을 버티는 게 기본이다.
그렇게 온몸이 물에 젖고, 손톱 사이까지 흙이 들어차야 비로소 한 통 가득한 다슬기를 만날 수 있다.
“그냥 버릇이 되어버렸어요. 물소리 안 들으면 잠이 안 와.”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 혜영 씨는 한숨을 쉰다.

청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남편의 다슬기 사랑에 울고 웃은 세월이 30년이 넘는다.
아무리 말려도, 무릎이 성할 날이 없어도 그는 꼭 다시 강으로 향한다.
때론 화가 나 소리도 질러보고, 그물 숨겨본 적도 있다.
하지만 아침만 되면 남편은 다시 그 그물을 찾아 떠난다.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해요?”
“강물이 그리운데, 내가 어디 가겠소.”
그의 삶은 거창하지 않다. 수많은 날을 다슬기와 함께 보냈고, 오늘도 강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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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아들이 놀러와 함께 물가를 걷고, 또 어떤 날엔 마을 꼬마들이 신기한 듯 그물을 바라본다.
다슬기를 삶고, 국을 끓여 식탁에 올리면 그제야 하루가 끝난다.

그의 강은 돈이 되는 자원도, 자랑할 만한 관광지도 아니다.
기술 씨에겐 그저 오롯이 함께 살아온 생의 공간이다.
다슬기 한 줌에 밥 한 끼를 얹고, 사람들과 나누며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직은 미련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단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다슬기 채집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오늘의 다슬기’를 가장 신선하게 받아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단다.
누군가는 물을 건너고, 누군가는 물과 함께 산다.
최기술 씨는 후자다.
거창한 꿈 없이, 오직 물과 계절이 주는 신호에만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
그의 곳간은 매일 조금씩 열리고, 그 속엔 노동의 땀과 자연의 은혜,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밥상이 담겨 있다.
오늘도 그곳에선 물 맑은 섬진강 한가운데, 다슬기 잡는 남자의 조용한 계절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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