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산 깊은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동경 128도 2분, 북위 38도 3분, 국토의 정중앙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불리는 이곳은, 자연의 품 안에서 쉼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조용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자매가 만드는 양구 브런치
최근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뜻밖의 활기를 불어넣는 두 자매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양구에 다시 정착한 자매가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이 지역을 방문하는 새로운 이유가 되었다는 것.
간판에는 다소 낯선 지역번호 ‘033’이 큼직하게 적혀 있고, 가게 앞 의자에는 아기자기한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외관만 봐도 “이곳은 좀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섬세한 연출이 서울 어느 트렌디한 골목의 카페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곳은 분명 양구 한복판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빵 냄새와 함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있다.
▶ 양구의 토속 식재료의 변신을 확인하세요!
바로 박새롬(36) 씨와 박이슬(34) 씨, 양구에서 나고 자란 자매다.
새롬 씨는 캐나다 대사관에서 셰프로 근무하던 경력이 있다.
해외에서 일할 정도로 인정받은 실력을 갖춘 그는, 양구의 토속 식재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양구 펀치볼 시래기를 활용한 ‘시래기 빠에야’.
전통적인 스페인 요리에 강원도 시골의 투박한 시래기를 더한 조합이 묘하게 어울린다.
동생 이슬 씨는 서울의 유명 디저트 카페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았다.
케이크와 티라미수, 크렘 브륄레까지, 하나하나 손끝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디저트가 줄지어 진열돼 있다.
특히 ‘양구 사과 티라미수’는 계절을 담은 인기 메뉴다.
양구에서 재배한 사과를 이용해 향긋하고 산뜻한 맛을 살렸다.
이들 자매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양구 특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맛있는 기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 마음은 브런치 메뉴 하나하나에 담겨 있을 뿐 아니라, 가게 안에 전시된 작은 소품과 캐릭터 굿즈에도 고스란히 스며 있다.
▶ 양구의 개성 있는 브런치 카페를 만나 보세요!
언니 새롬 씨가 직접 스케치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든 머그컵, 에코백, 엽서 등은 소소하지만 정이 묻어난다.
"양구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에요.
이 조용한 마을에서도 감각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슬 씨의 말에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도전 정신이 함께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의 가게는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주말마다 북적인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색다른 활력을 주며 새로운 만남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양구는 인구소멸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오랜 시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젊고 의욕적인 청년들이 돌아와 제 몫을 다할 때, 작은 지역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난다.
박 자매의 가게는 단순한 브런치 카페를 넘어, 양구의 내일을 꿈꾸는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강원도의 중심, 양구.
산과 물, 그리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은 지금 ‘쉼’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목적지가 아닐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작은 마을에서, 진심이 담긴 브런치 한 끼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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