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여름이면 으레 떠오르는 맛집이 있다. 간판은 낡고 외관은 소박하지만, 이 집에선 매년 여름 지역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진다. 메뉴는 단 하나, 바로 ‘콩국수’. 하지만 이곳의 콩국수는 흔히 아는 그 맛과는 결이 다르다. 입안에 머무는 순간, 진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콩물의 깊은 풍미. 마치 고소한 두유를 살짝 농축한 듯한 크리미한 질감에,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이 더해지면 더위도 잠시 숨을 죽인다.Since 1976 식당이 문을 연 건 1976년.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한 그릇에 담긴 고소함은 여름철이면 지역민들의 일상이자 위로가 되었다. 그 중심엔 한 여인이 있다. 정인순 씨.남편의 병환으로 생계까지 도맡아야 했던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이자, 이 콩국수 한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