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 자락 아래, 푸근하고도 정겨운 남도의 시골 마을. 그곳에 특이한 모양의 한옥 한 채가 있다. 남부지방에 흔한 일자형이 아니라, 중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디귿(ㄷ)’자 구조의 한옥이다. 이 마을에서 유일한 구조다.고택의 주인은 은퇴 후 이곳에 터를 잡은 부부, 홍재열(70)·안은옥(67) 씨다.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살다가, 삶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자신들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집을 찾았다.“제가 어릴 적 살던 고향집이 꼭 이렇게 생겼어요.”남편 재열 씨의 말처럼, 이 집은 실은 그의 마음속 고향을 닮았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강진의 집은 이미 오래전에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사라졌다. 그 상실감은 커서,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내 기억 속 고향집과 닮은 집..